디지털 노마드

영주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니: 수도권 탈출한 프리랜서의 솔직 후기

newstart137 2025. 7. 8. 12:33

왜 ‘영주’였을까? 수도권 프리랜서의 탈출 이유

서울에서의 프리랜서 생활은 겉으로 보기엔 자유롭고 유연해 보일 수 있다. 카페에서 일하고, 시간은 내 마음대로 조절하며, 출퇴근도 없으니 더할 나위 없이 효율적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달랐다. 일의 경계가 흐려지고, 오히려 일과 삶이 뒤엉켜 일상에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특히 시끄럽고 밀도 높은 도심의 에너지는 나에게 ‘집중력 저하’와 ‘번아웃’을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잠깐 어디론가 떠나서 조용히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올라왔고, 그 순간 한 친구가 조용히 추천한 도시가 경북 영주였다.

 

 

영주는 큰 도시도,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 인터넷에 영주 체류 관련 후기나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내가 직접 ‘첫 탐험자’가 되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권에서 기차로 약 2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 비교적 저렴한 월세,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로컬의 삶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주는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을 실험해보기 가장 이상적인 장소로 느껴졌다.

 

영주의 인터넷, 숙소, 작업환경: 기본 인프라는 충분한가?

영주에 도착해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인터넷 환경과 작업 공간이었다. 내가 머문 곳은 풍기읍 외곽의 작은 단독 주택이었다. 지역 부동산을 통해 1개월 단기 계약을 했고, 월세는 관리비 포함 22만원 수준이었다. 인터넷은 KT 회선을 사용했고, 실제 속도 측정 결과 다운로드 180Mbps, 업로드 160Mbps 정도로 원격근무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Zoom 회의도 끊김 없었고, 대용량 파일 전송도 수월했다.

문제는 작업 공간 자체였다. 집 안 가구가 오래되어 장시간 노트북 작업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한두 번은 근처 카페나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영주 시내에는 '국립산림치유원 도서관'과 '영주 365시장 근처 북카페' 등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공간들이 존재했고, 평일 낮에는 조용하게 일하기에 최적이었다. 특히 시장 주변 카페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도 있어, 외로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일상, 영주에서만 가능한 루틴

영주에서의 삶은 서울에서의 일상과 완전히 달랐다. 이른 아침 6시에 일어나 산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곧 내 몸과 마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근처 소백산 자락을 따라 걷는 아침 산책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아이디어들이 오히려 이 시간에 명확해졌고, 하루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업무는 보통 오전 8시부터 시작했다. 이 시간대에 클라이언트와의 메일 답변, 콘텐츠 기획, 일정 정리를 마무리했고, 점심 이후에는 수정 작업과 영상 편집을 주로 했다. 하루 업무가 끝나면 동네 슈퍼에서 간단한 저녁을 사고, 텃밭 옆 평상에 앉아 하루를 정리했다. 서울에선 늘 ‘퇴근 후에도 머릿속은 일’이었지만, 영주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선이 그어졌다. 로컬의 느린 리듬이 내 안의 긴장감까지 풀어준 것이다.

 

영주에서 얻은 교훈: 도시는 선택이다, 일은 어디서든 가능하다

한 달간 영주에서 생활하며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장소가 일의 효율을 결정한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의 카페에서 5시간 작업한 것보다, 영주의 작은 찻집에서 2시간 집중한 작업물이 더 완성도 있었다. 소음 없는 환경, 복잡한 약속이 없는 일정, 단순하지만 리듬 있는 하루. 이런 것들이 디지털 노마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으로 실감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인쇄소를 찾기 어렵고, 늦은 저녁 배달 음식도 한정적이며, 차가 없으면 이동이 불편한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그러한 ‘불편함’은 오히려 나의 일과 생활 습관을 더 단순화시켰고, 진짜 중요한 일에만 에너지를 쓰게 만들었다. 영주는 완벽한 도시가 아니지만,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요소는 거의 갖춘 곳이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리듬'을 되찾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도시다. 수도권을 떠나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을 회복하고 싶다면, 영주는 분명 유효한 해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