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소도시 디지털 노마드의 하루 루틴: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삶

newstart137 2025. 7. 9. 07:00

도시에서의 루틴이 무너졌던 이유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은 겉보기에 자유롭고 유연한 삶처럼 들린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의 프리랜서 생활은 생각보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흐름 속에 놓이기 쉽다. 오전 7시에 알람이 울려도, 회의는 10시부터고, 퇴근도 없다 보니 기상 시간이 매일 달라졌다.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자리 싸움에 지치고, 작업에 몰입하려 하면 누군가 통화하거나 음악 소리가 너무 커 집중력이 뚝 떨어졌다.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소도시 디지털 노마드의 하루 루틴

 

서울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그 속도는 ‘일을 잘하는 환경’이라기보다 ‘빨리 지치는 구조’를 만든다. 늘 시간에 쫓기듯 일하고, 하루가 끝나면 피로만 남는다. 자연스럽게 루틴은 망가지고, 하루라는 시간은 일과 정신없는 이동으로 사라져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문득, 속도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나는 소도시에서의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공간이 달라지면 시간도 달라진다: 소도시의 느린 아침

소도시에서의 하루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시작된다.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눈을 뜨는 건 오전 6시 30분쯤. 창문을 열면 새소리, 개울물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트럭 엔진 소리 정도가 전부다. 사람 소리가 거의 없는 아침은 두뇌를 맑게 해주고, 오히려 머리가 더 빨리 깨어난다. 나는 주로 간단한 스트레칭 후 마을길을 20분 정도 산책한다.

이 루틴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하루를 준비하는 정리의 시간이다. 산책을 하며 오늘 해야 할 업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콘텐츠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후 돌아와 직접 차린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노트북을 켜는 시점은 보통 오전 8시다. 서울에서는 그 시간에 간신히 지하철에 몸을 싣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미 ‘깨어난 지 두 시간’이 지난 뒤다. 시간의 감각이 다르고, 시작의 질이 다르다.

 

서울보다 더 집중되는 업무 시간

소도시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 자극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연락이 거의 오지 않는 평일 오전, 조용한 카페나 창가가 있는 민박집에서의 업무는 생각보다 효율이 높다. 업무 중간중간 알림이 거의 울리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딥워크(Deep Work) 상태에 진입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실제로 콘텐츠 기획, 글쓰기, 영상 편집처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은 소도시에서 훨씬 빨리 끝난다.

오전에는 주로 핵심 업무를 배치한다. 글을 쓰거나 캠페인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할 결과물을 만드는 시간이다. 점심은 현지 식당에서 간단히 먹고 돌아오면 오후 1시 반. 그 후엔 피드백을 정리하거나 이메일을 보내고, 비교적 루틴한 반복작업을 수행한다. 오후 4시쯤이면 하루의 업무가 마무리된다. 서울에서는 이 시간이면 아직 미팅을 한두 개 더 남겨두고 있던 시간인데, 여기서는 벌써 퇴근이다.

 

일 끝나고도 ‘회복되는 삶’이 가능한 곳

소도시 디지털 노마드의 진짜 장점은 일이 끝난 후에도 회복되는 일상이다. 퇴근 후 할 수 있는 활동이 ‘술자리’나 ‘소비’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 나는 저녁 6시쯤 마을 뒤편 개울가를 따라 걷는다. 스마트폰은 두고, 이어폰도 없이, 그냥 천천히 걷기만 한다. 이런 단순한 행위가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생각을 정돈하게 만든다.

서울에서의 하루는 ‘일과 여가’가 구분되지 않았다. 퇴근 후에도 머릿속은 여전히 업무 상태였고, 이메일 확인을 놓치면 불안해졌다. 하지만 소도시에서는 퇴근과 동시에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저녁을 먹고 책을 읽거나, 로컬 시장에 들러 소소한 장을 보는 것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이 된다. 중요한 건, 이런 생활이 ‘억지 힐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흐름 속에서 삶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처럼 소도시에서의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는 단순히 ‘잠깐 머무는 체험’이 아니라, 몰입-회복-자기관리가 모두 가능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다. 그 하루 루틴 속에선 단순히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과 삶을 함께 설계하는 ‘주체적인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건 인터넷 속도나 편의시설의 유무가 아니라, ‘어떤 공간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소도시는 그 답을 조용히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