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만 있으면 진짜 어디서든 일할 수 있을까?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재택근무, 프리랜서, 원격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서울이나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 소도시, 시골 마을, 바닷가 근처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패턴을 실험 중이다.
하지만 단순히 감성적인 ‘한 달 살기’나 ‘여행하면서 일하기’와는 다른 이야기도 존재한다. 정기적인 업무 루틴, 생계 유지, 연결망 없이 일상 유지하기 같은 현실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비로소 ‘지방 노마드’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이 글은 실제 지방 소도시에서 노트북 하나로 일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 3인의 리얼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는 어떤 고민과 변화, 선택이 숨어 있을까? 번화가를 떠난 이들이 노트북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진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흥에서 영상 편집자로 살아보니, 집중이 달라졌어요.”
▶ 인터뷰이 A(30대 중반 / 프리랜서 영상 편집자 / 전남 고흥 체류 7개월)
서울 마포에서 5년 이상 프리랜서 영상 편집자로 일하던 A씨는 작년 여름, 고흥으로 이주했다. 계기는 간단했다. “너무 시끄럽고, 너무 빨랐어요. 하루에 세 번은 지쳤거든요.”
그가 고흥에서 얻은 가장 큰 변화는 “하루에 편집할 수 있는 양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서울에선 집중이 되려면 카페를 돌아다니거나 공유오피스 예약하고, 이동하느라 이미 에너지를 절반 썼어요. 여기선 창문 열고 앉으면 조용하니까, 그냥 앉아서 바로 일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현재 고흥 도양읍 외곽의 단독주택에 거주 중이며, 월세는 20만 원 수준. 편집 파일 전송은 LTE 핫스팟을 이용하며, 클라우드 기반 협업은 오후보다는 오전 시간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불편한 점을 묻자, “외식이요. 밥집이 많지 않다 보니 거의 매일 요리를 해야 해요. 그런데 그것마저도 ‘리듬’이 되더라고요. 마감 끝나고 밥 짓는 시간이 제겐 힐링이에요.”라고 답했다.
“함양에선 시간보다 루틴이 중요해졌어요.”
▶ 인터뷰이 B(40대 초반 / UX 디자이너 / 경남 함양군 체류 4개월차)
B씨는 IT 스타트업의 파트타이머 디자이너로, 협업 도구(Figma, Notion, Slack)를 활용해 전면 원격근무 중이다. 수도권에 살고 있었지만, 부모님 댁 근처인 함양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어 ‘임시 체류’를 시작했고, 어느덧 4개월째다.
그에게 가장 크게 변한 건 ‘시간’이 아니라 ‘리듬’이다. “서울에 있을 땐 똑같이 8시간 일해도 왜 이렇게 피곤한가 싶었는데, 여긴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아요. 루틴이 안정되니까 스트레스가 줄고, 결과적으로 일도 더 잘 풀려요.”
현재는 하루에 4~5시간만 집중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독서, 산책, 동네 사진 찍기 같은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은 KT LTE 요금제를 이용한 테더링 기반이며, 작업 중 끊김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함양에서의 가장 좋은 점은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선 회의가 없더라도 누군가와 계속 연결돼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여기선 완전히 분리돼요. 디지털 피로감이 줄고, 창의력도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노트북 하나로 살 수는 있지만, 감정은 연결 속에서 유지돼요.”
▶ 인터뷰이 C(20대 후반 / 블로그 작가 및 온라인 마케터 / 전북 구례 거주 1년차)
C씨는 비교적 젊은 노마드다. 서울에서 마케터로 일하다 퇴사 후 온라인 콘텐츠를 운영하며 수익을 만들었고, 그 기반으로 전북 구례로 거주지를 옮겼다.
처음 3개월은 신기했고 자유로웠다. 하지만 4개월차부터 외로움, 무기력, 회의감이 몰려왔다. “일은 되는데,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이후 그는 ‘혼자 살지만 혼자 있지 않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로컬 북카페에서 열리는 독서모임에 참여했고, 시장에서 장을 본 후 사장님과 짧게라도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조금씩 감정이 균형을 잡기 시작했어요.”
현재 그는 오전 6시 기상 → 2시간 글쓰기 → 1시간 독서 → 오전 10시 업무 시작이라는 루틴을 지키고 있으며, “노트북 하나로 산다는 건 일은 가능하다는 뜻이지만, 지속하려면 인간적인 연결을 복원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한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서울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삶에 여백이 있어요. 혼자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라면 소도시 체류는 최고의 선택일 수 있어요. 단, 외로움에 대한 ‘나만의 해석’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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