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로서 일에 지쳐가던 어느 날, 고흥으로 떠나다
프리랜서로 서울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살아왔다. 보기엔 자유로워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상이 반복되고 몰입이 잘 되지 않기 시작했다. 작업 중간중간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마감일은 점점 스트레스로 변했다. 업무 공간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던 어느 날, 한 지인이 조용하고 물가가 낮은 지역으로 추천해준 곳이 바로 전라남도 고흥이었다.
고흥은 대중적 관광지는 아니지만, 바다와 산이 모두 있고 기후가 온화하며, 전국에서 손꼽히는 귀촌지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서울과는 전혀 다른 속도와 분위기를 가진 도시라는 점에서 ‘한 달 살아보기’의 목적지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인터넷 속도, 숙소 가격, 생활비 등을 미리 조사한 후, 나는 노트북 하나 들고 고흥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한 달, 나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7가지 변화를 고흥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변화 1~3: 시간 감각, 집중력, 생활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변화 ① 시간의 흐름이 달라졌다
고흥에서의 하루는 서울에서의 하루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다. 아침 7시에 눈을 뜨고, 바닷가를 걸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이미 머릿속이 정돈된 상태였다. 서울에서는 정오가 되어도 흐릿한 상태로 책상에 앉기 일쑤였는데, 고흥에서는 오전 9시가 되면 이미 하루 업무 중 절반 이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변화 ② 집중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작업 공간 주변에 방해 요소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이 잘 되었다. Wi-Fi는 생각보다 빠르고 안정적이었고, 작업용 카페인 ‘카페 담소’의 2층 창가 좌석은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일할 수 있어 최적의 업무 환경이었다. 외부 자극이 줄어드니, 작업 몰입 시간이 길어졌고, 결과물의 질도 높아졌다.
변화 ③ 돈에 대한 감각이 달라졌다
서울에서는 매일같이 커피값, 점심값, 교통비로 백만 원이 우습게 나갔지만, 고흥에서는 하루 식비가 1만 원을 넘는 날이 드물었다. 숙소는 월세 20만 원, 마트에서 장을 보면 2~3일은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생활비가 줄자, 소비에 대한 강박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만큼 저축률도 높아졌고, 일에 대한 수익 압박이 줄어들었다.
변화 4~5: 루틴과 인간관계, 그리고 감정의 변화
변화 ④ 루틴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고흥에서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다. 해가 뜨고 새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일어났고, 어두워지면 마치 생체 시계처럼 피곤해졌다. 별다른 의식 없이도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이 규칙성은 내 삶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일정한 수면 시간이 확보되니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변화 ⑤ 인간관계가 단순해졌다
고흥에서는 아무도 나를 모른다. 약속도 없고, 방해도 없고, 불필요한 대화도 없다. 처음에는 이 고립감이 낯설었지만, 곧 이것이 내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동안 놓쳤던 내 감정의 파편들이 하나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변화 6~7: 창의성과 일의 방향성까지 달라졌다
변화 ⑥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매일같이 키워드 분석을 하며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늘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나 고흥에 와서 마당에서 하늘을 보거나, 바닷가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들이 생각지도 못한 콘텐츠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창의적인 사고의 공간이 되었고, 그것이 곧 프로젝트 성과로 이어졌다.
변화 ⑦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고민하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수익과 마감, 비교와 경쟁 속에서 늘 무언가를 쫓고 있었다. 고흥에 와서야 비로소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는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단지 쉬러 온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다시 설정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고흥은 그저 조용한 지방 도시가 아니었다. 이곳은 내가 다시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 회복의 공간이자, 무너졌던 루틴과 감정을 다시 세운 재정비의 공간이었다. 나는 더 이상 고흥을 단순한 ‘체험형 한달살기’의 도시로 보지 않는다. 나에게 고흥은 언제든 다시 돌아와야 할 ‘작업의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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